문화 산책/시의 향기

11월 -안은숙-

pjss 2008. 11. 1. 12:06

 

 

11월

                                           안은숙

 

내 안 깊은 우물 바닥까지 다 비워낸
물기 없는 내가 스산해서
지는 해의 붉디붉은 신열 저 만큼에 두고
한참을 서 있는 11월

오래 앓던 정신의 밀도도 내려놓고
생의 속도마저 지워가며 낮아지는
겸허히 서늘한 계절

순한 손이 깊숙이 고요를 들이고
깊숙한 고요로 잠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