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육지라면
2008년 9월 8일 월요일
바다가 육지라면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여
새로운 2학기가 시작되었다.
1학기 동안 조용한 별장이라 여기며 즐겨 생활하였던 곳이지만
한 달여 이상을 비워두었다가 온 탓인지
관사 생활이 낯설게 느껴졌다.
다행히 바닷길이 열리는 시각이 출퇴근 시각과 일치해서
지난 한 주는 순천에서 다녔다.
조석예보 시각에 의하면
내일까지는 순천에서 출근을 해도 되겠다고 여기고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도
옷가지나 약은 내일 챙기려 마음먹고
먹을거리만 챙겨서 학교에 왔다.
오늘의 바다가 열리는 시각은 오후 일곱 시경이다.
그래서 두 시간을 학교에서 머무르다
일곱 시경에 퇴근을 하면 되겠거니 여기고 있는데
오전에 바다가 닫히는 때부터 느림보 거북이가 되어 서서히 닫히더니
오후 여섯 시가 되었는데도
다른 때 같으면 모습을 드러내야 할 바닷길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기다려 보자.’
예보가 알려준 시각인 일곱 시가 되었으나
물은 1m도 채 빠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도대체가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교실로 돌아와 저녁을 차려 먹고
한참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고 나니 여덟시가 되었다.
‘이제는 조금 열렸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다보았으나
한 2m 쯤이나 물이 빠졌을까?
아홉시가 넘은 지금에야 비로소 한 50m쯤 허옇게 길을 드러내고 있는
저 바닷길이 1,300m의 모습을 다 드러내려면 앞으로 몇 시간이 더 걸릴 것인가?
완전히 열리려면 10시가 훨씬 지나거나
다 열리기도 전에 다시 닫혀버릴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어서
순천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그동안 하루에 여섯 시간씩 열리고 닫히기를
두 번 반복하는 바닷길 덕분에
아침 일찍 또는 밤늦게 출퇴근을 한 적이 많았지만
조석예보에 맞추면 한 시간 이상이 차이가 난 적은 없었기에
답답하거나 불편하다고 여긴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다 집에 가는 걸 포기해야 하니
이제야 도서 벽지에 와 있는 게 실감이 난다.
‘아, 바다가 육지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