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시의 향기

어느 날의 커피 -이해인-

pjss 2008. 8. 3. 22:25

  

 

   

  어느 날의 커피


                          이해인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 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 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 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가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잔

   아!

   삶이란 때로 이렇게 외롭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