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높임말을
부모님께 높임말을
1998년 6월 20일(토요일) <연향동산>
순천연향초등학교 교사 박점숙
“엄마, 왜 준비물 안 챙겨 놨어?”
“......?”
“난 몰라, 엄마가 알아서 해.”
큰 소리로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는 한 어린이를 불러 영문을 물어보니
집에 계신 엄마에게 준비물을 가져다 달랬다고 한다.
얼마 후 허겁지겁 준비물을 챙겨가지고 오셔서는
오히려 죄인이 된 엄마를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오늘날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가족제도가 바뀌어
가정마다 자녀가 한두 명으로 적어지면서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더욱 극진해졌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내 자식 기 살라기에 열을 올리고,
조금이라도 자녀의 기를 꺾지 않기 위해
자녀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 다 해결해준다.
TV 드라마 속의 가정도 자식들이 부모에게 반말을 예사롭게 쓰며
짜증을 내거나 반항을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아무리 자식이 소중하고 귀하다고 해도 부모보다 어른일 수는 없다.
말에는 그 사람의 인격과 정신이 배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때와 장소와 상대에 따라
적절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고 익혀 실천해야 한다.
아랫사람에게나 친구에게는 예삿말을 사용하여 친근감을 높이고,
윗사람에게는 반드시 높임말을 사용하여 예의를 지켜야 한다.
더군다나 상대가 부모님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나를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부모님은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귀하고 소중한 분이시다.
어떤 사람은 부모님이기에 친근감을 더하기 위해
예삿말을 쓴다고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라.
이웃집 아주머니, 아저씨, 선생님 심지어는
한 살 위인 이웃집 언니나 형에게도 높임말을 서슴없이 쓰면서
왜 부모님에게는 반말을 써야 친근감이 더해진다고 하는가?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배우기 시작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큰 배움을 얻는 대상은 선생님도, 친구도 아닌 바로 부모님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요, 부모는 자식의 본보기인 것이다.
자식이 정의롭게 살기를 바란다면
우선 부모가 매사에 정의로움을 행해야 하며,
강한 의지력과 독립심을 원한다면 어려서부터 홀로 서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자식이 매사에 정중하고 공손하기를 원한다면
부모가 매사에 예절을 지키고 바른 예법을 가르쳐야 하며,
책임감이 강한 민주시민이 되길 바란다면
가정의 모든 일을 민주적으로 해결하며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누군가에게서 무엇을 배울 때 단순히 지식만을 배우는 것보다는
그 사람을 존경하고 따르며 그 사람의 생활 속에서 배움을 터득할 때
그 배움은 훨씬 더 가치롭고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물론 높임말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자식이 부모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거나
존경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형식과 정신이 조화를 이룰 때 모든 일은 최상의 가치를 발휘한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식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 매사에 노력하고,
자식들은 모든 부모님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으로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성실히 실천해 간다면
아름다운 우리의 미풍양속을 지키고,
평안하고 사랑이 충만한 가정을 가꾸어
밝은 사회, 민주적인 사회를 이루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