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이 희망이라고.-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이타니 겐지로
「중요한 것은 가르치고 이끄는 것이 아니다.」
'그럼 중요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내 안으로의 물음을 그치지 않으며 읽어 내려간 이야기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개구리를 두 쪽으로 찢어 놓고 노려보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보고 놀라서 기겁을 하고
그 역겨움에 심하게 구역질을 하며 울어버리는
고다니 선생님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누구보다 여린 마음과 맑은 눈망울을 가진
예쁜 고다니 선생님은 하루도 눈물 마를 날이 없다.
이제 갓 결혼한 스물두 살의 초임 여자 선생님은
쓰레기 처리장의 아이들에게 다가가기가 어렵기만 하다.
쓰레기 처리장에 사는 아이들은
단지 주거 환경이 나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 외면당한다.
지저분한 곳에서 살기 때문에
혹시 병을 옮길지도 모를 병균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편견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 아이들을 외면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아이들은 주변으로부터 외면을 당하면 당할수록
더 결속력 있게 자신들만의 집단을 만들어 가고
그 속에서 자신들만의 꿈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그 집단 속에선 그 누구도 외롭지 않다.
파리를 키우고 폭력적인 성향이 있어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데쓰조도
그 집단에선 그저 한명의 집단원일 뿐이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여전히
교사들로부터,
친구들로부터,
학부모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던 데쓰조를
세상과 연결시켜 나가는 다리가 되어주는 고다니 선생님!
고다니 선생님은
늘 파리만 끼고 살며,
말도 없고 글씨도 모르는 데쓰조가
오직 하나,
좋아하는 파리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데쓰조와 함께 파리에 대한 실험을 시작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데쓰조의 집을 방문하며
파리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고
파리의 서식지를 알아보게 하며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와 힘들게 살아가는
데쓰조 마음의 상처를 온 마음으로 어루만져준다.
또 한명의 아이,
정신지체 장애아인 미나코를 만나면서
고다니 선생님은 자신과 약속인
반드시 끝까지 보살펴 주기와
아무한테도 절대 불평하지 않기를 지켜 나간다.
미나코는 특수학교로 전학 가기 전까지의
잠시 동안만 고다니 선생님 반에 입학을 하고자 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반 아이들과 학부모는 물론
교장, 교감, 동료 선생님들도 모두 반대를 한다.
이런 모습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배척하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 닮았다.
하지만 고다니 선생님은
바쿠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따뜻함을 몸에 지니고 싶어서,
다시 말하면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싶어서 미나코를 택한다.
그래서 고다니 선생님은
교사라는 직업을 존중하지 않는 남편과의 갈등도,
아이를 편애한다는 학부모의 따가운 시선도,
동료 선생님들의 무관심도 꿋꿋하게 견뎌낸다.
고다니 선생님은 항상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존중하며 이해하고
아이들에게도 사고의 다양성을 가르치려고 애를 쓴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고다니 선생님 자신 스스로도
아이들과 함께 점점 더 자라고 있는 것이다.
고다니 선생님의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은
아이들을 하나하나 다시 태어나게 만든다.
쓰레기 처리장의 아이들은
처음 받아보는 타인의 따스함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외면당하는 쓰레기 처리장의 아이들이 아닌
당당한 히메마쓰 초등학교의 학생들이 된다.
마치 감추어진 보석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듯
환하게 빛을 발해가는 쓰레기 처리장의 아이들!
그리고 같은 반의 다른 학생들 역시
타인을 편견 없이 대하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간다.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은
정신지체 장애아인 동급생 미나코를 위해 스스로 당번을 만들어
미나코를 배려해주고 돌봐주는 데에서 두드러진다.
그것은 단순히 동정심에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나코가 자신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하나의 인격체로서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전혀 변화가 없을 것 같던 데쓰조도 조금씩 변한다.
친구라고는 파리가 전부였던 데쓰조는
고다니 선생님의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으로
누구보다 빛나는 존재가 되어간다.
파리박사!
말썽꾼이었던 데쓰조가 파리 박사로 거듭나는 과정은
너무나 눈물겹고 아름다워 코끝이 다 찡해진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선생님!
고다니 선생님에게 정신적 지주역할을 하는
아다치 선생님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서슴없이 바른 소리를 하며
획일화된 교육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을 끌어내는
멋진 수업을 하는 아다치 선생님은
누구보다도 쓰레기 처리장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한다.
아다치 선생님은
쓰레기 처리장의 이전으로 아이들의 교육여건이 힘들어지자
강하게 아이들의 입장을 설명하며 단식투쟁까지 한다.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감수하고
오로지 아이들을 위한 마음으로 단식투쟁을 한
아다치 선생님은 끝내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사람의 마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사람의 마음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단지 소설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나의 양심을 뒤흔드는 이야기이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흔히 어른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짧지 않는 교직 경력 스물일곱 해를 되돌아보아도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끌기보다는
항상 아이들을 통해서 배워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늘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될까만 생각해왔다.
아니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면서도
아이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는,
아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베푸는 데는,
늘 인색하기만 했던 나 자신보다
더 큰 사랑으로 나를 가르쳐온 나의 아이들처럼
이 이야기 속의 울보 고다니 선생님과,
괴짜 아다치 선생님,
그리고 그의 당찬 아이들은
중요한 것은 가르치고 이끄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어른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교육은 아름다움이어야 한다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이 희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