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제도는?
2008년 7월 19일 토요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제도는?
나는 어린이재단으로부터 아이를 위탁받아 기르고 있는 위탁부모이다.
어제는 직원회식이 있었는데 마땅히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회식자리에 아이들 데리고 갔다.
그런데 식사 후에 갑자기 아이의 등과 배가 빨갛게 되면서
가렵다고 하는 것이었다.
음식물에 대한 알러지 반응인가 싶어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와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오후 6시 20분경이어서 의원들은 이미 진료를 끝낸 시각이라며
받아주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고흥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다.
다행히도 아이의 증상은 심하지가 않다며 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런데 진료비를 계산하려는데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의료보호 1종 대상자이다.
그런데 진료비가 왜 이렇게 많이 청구되었냐고 물으니
응급실 진료비는 위급상황이 아니면 일반으로 적용이 되며
전액 본인부담이라는 것이다.
위급상황이 어떤 것이냐고 물으니
심한 출혈이나 고열, 호흡 곤란 같은
금방이라도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상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밤새워 두드러기가 나서 가려워도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고 견디어야 한단 말인가?
사람들이 병원을 찾는 이유는
가정에서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더군다나 내가 생활하고 있는 곳은 보건소나 약국도 없는 조그마한 섬 마을이다.
조석간만의 차에 의해 물길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곳이기 때문에
어제는 오후 일곱 시가 되면 물길이 닫히는 날이었다.
한 번 섬에 들어가 버리면 아무리 아이가 가려워 죽는다고 호소를 해도
고깃배라도 빌려서 타고 나오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상황이겠기에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금방이라도 죽어가는 상황은 아닐지라도
미리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리고 만약에 두드러기가 나는 것이 위급상황이 아니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아서 가려움을 호소하는 아이를 두고
내일 아침 병원이 문을 열 때가지 기다리자.
아니 내일은 마침 토요일이고, 모레는 일요일이니
월요일까지 3일간을 버텨야한다고 말하며 인내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인가?
물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몇 만 원 지불하고
병원 진료를 받으면 그만일 테지만
경제적으로 자활능력이 없다고 판단되어서
의료적인 혜택을 주기 위해 의료보호 1종으로 지정을 해 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들에게 조차도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보험적용도 안되는 일반 진료비를 내야 한다고 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웬만한 병쯤은 그냥 견디어내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보험 적용이 안 되기는 약국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아이는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내게 위탁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고 실제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의료보호대상자가 많을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의료혜택을 준다고 선정된 그 사람들에게
병원문턱이 그렇게도 높아서야 어찌 혜택다운 혜택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또 그러한 것은 공무원이나 직장 근로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공무원이나 직장 근로자가 정상적인 퇴근 후에 병원을 찾으려면
오후 6시 또는 7시가 넘어야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병원들의 진료시간이 6시까지이면
야간응급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매월 의무적으로 꼬박꼬박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면서도
정작 받아야할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다면
보험료만 내놓고 서비스는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겠는가?
응급실 진료가 남용되어 정말로 위태로운 상황의 환자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고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환자 한 명 없이 텅텅 비어 있는 읍내 병원 응급실을 보면
그 말은 얼토당토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사실이 그렇다 치더라도 예전처럼 휴일이나 야간에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당번 병원이나 당번 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
미용실이나 이발소 같은 곳도 당번제가 있어서
이용자들의 편리를 도모하고 있는 이때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서비스의 문턱이 이렇게 높아서야
어찌 국민을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제도는 과연 무엇일지
한번쯤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