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호강하는 거 아닌가?
2008년 7월 9일 수요일
내가 너무 호강하는 거 아닌가?
“꼬끼오~”
새벽부터 울어대는 닭의 울음도
“째잭잭 짹짹‘
지저귀는 새소리도
“멍멍 멍”
짖어대는 개의 소리도
“턱, 턱"
“카르르릉 컬컬”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한 주민들의 일하는 소리도
늦잠 잠꾸러기 나의 버릇을 고쳐놓진 못했다.
그런데 요즘엔 동쪽으로 창문이 난 내방에서는
아무리 늦잠꾸러기인 나이지만
일곱 시가 되기도 전부터 쨍쨍 내리쬐는 햇볕을 감당할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다른 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려고 화장대 앞에 앉았는데
이마에서 땀이 송글송글 배어나는 가 싶더니
어느새 목 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벌써부터 한증막처럼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방에선
에어컨을 켜고 선풍기를 틀어도
메이크업은 고사하고 스킨이며 로션까지도 바를 수가 없어서
그대로 가방에 담아 학교로 갔다.
다행히도 학교는 남향으로 지어져 있어서
아침부터 햇볕이 정면으로 들지 않기 때문이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서둘러 화장을 하려는데
옆 반 선생님이 차를 갖다놓자고 한다.
오늘은 대서초등학교에서 북부지역 교직원 연찬회가 열리는 날이다.
13시 40분까지 대서초등학교로 가야하는데
오늘은 물길이 11시 경에 닫혀버린다.
그래서 지금 바다 건너 육지에 차를 가져다 놓고
수업이 끝나는 12시 반에 배(조그마한 어선)를 빌려 타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서둘러 차를 가져다 놓고 들어오니 9시가 다되어가고
이미 등줄기는 땀에 젖어버렸다.
에어컨이 켜진 교실에 들어오니 살 것 같다.
조금 차분해진 얼굴을 스킨으로 진정시키고 서둘러 화장을 마쳤다.
그래도 마침 지난 6월 초에 주문한 다른 두 교실의 에어컨이
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주에 설치되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오늘 같은 찜통더위에 나 혼자서만 에어컨을 켜고 앉아 있으려면
그야말로 가시 방석일 텐데.......
“선생님, 2학년 교실에 선풍기 스위치가 어디에 있는 거요?”
갑자기 차를 두고 올 때 걸려온 본교 2학년 선생님의 전화가 생각났다.
본교에는 우리보다 아이들이 훨씬 많지만
교실엔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두 대씩 밖에 없으니
이 더위를 이기려면 얼마나 힘이 들지
작년에 견디어 보아서 알기 때문이다.
자료함 뒤쪽의 콘센트에 연결된 스위치가 있다고
알려 드리고 나서 생각하니
아이들도 적은 교실에
에어컨 켜고 앉아 있는 내가 너무 호강하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