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시의 향기

이순 간 -피천득-

pjss 2008. 6. 30. 16:09

  

  

 


   이 순간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