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가족 이야기

내 남편이 참으로 커 보였다.

pjss 2008. 6. 29. 18:31

 

2004년 4월 13일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데
남편이 조카의 집들이 얘기를 꺼냈다.
그동안 조카들에게 소홀히 했으니
이제라도 잘 챙기자며...


다른 것도 아니고 집들이인데
우리가 굳이 천안까지 갈 필요 있냐고
고3 생이 있는데 굳이 집을 비우고
가야 되느냐고 ...

아침부터 우리 부부는 이렇게
의견충돌을 했다.
학교에 와서도 순간순간 떠오르고
집들이엘 가든 가지 않든
계속 불편할 것 같아
미리 불편해진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퇴근 후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남편의 목소리
아무 일 없는 듯 평소처럼 다정하다.
그래, 한숨 놓고 있는데
10 시경에 귀가한 남편
큰 박스에 가득 13개의 작은 꽃 화분을
가지고 들어왔다.
우리 각시 마음이 너무 삭막해져 있는 거 같아
분위기를 바꾸려 한다며...

순간 너무나 작고 속 좁은 나에 비해
오늘은
내 남편이 참으로 커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