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단일기(2008~2009)
잡초와의 전쟁
pjss
2008. 6. 29. 12:15
2008년 6월 17일 화요일
잡초와의 전쟁
나의 신체 중에서 가장 잘 생긴 곳을 말하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손톱이라고 말해 왔다.
나의 손톱이 잘 생겨서 보다는
어렸을 적 유난히 하얗고 가느다랗던 언니의 손과는 대조적으로
선머슴처럼 뭉툭하기만 하여 갈퀴손이라는 별명을 얻은
나의 못난 손을 감추기 위해
어느 날부터 손톱을 길어 메니큐어를 바르고 나서부터는
보는 사람들마다 손톱 소제를 하느냐,
손톱 손질을 받느냐는 등 부러운 말들을 던지기에
그때부터 난 내 손톱이 신체 중에서 가장 예쁘다고 자신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손질은 하지 않아도
매주 한 번 이상은 손톱에 메뉴큐어를 바르고 다녔다.
그런데 이제는 그 손톱 끝이 닳아 뭉툭해지고
손톱 밑에 까맣게 때가 끼어 버렸다.
내 손톱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은 주범은 다름 아닌 잡초!!
‘야생초 편지’를 쓴 황대권 선생이 알면
저마다의 고귀한 생명으로 태어난 잡초를
무슨 권리로 그렇게 무시하느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학교에 돋아나기 시작한 잡초는
분교장 생활이 끝나는 날까지
나의 머리 아픈 숙제가 아닐 수 없다.
3월에 첫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그저 약간 삭막하기만 한 분교장을
어떻게 하면 아기자기 아름답게 가꾸어볼까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3월이 가고 4월이 오면서부터
잡초와의 전쟁이 시작 된 것이다.
처음엔 거금의 학교운영비를 들여서 심어놓은 화초며 철쭉이
그 빛을 발하게 하고 싶은 단순한 생각에
화단에 난 이름모를 잡초를 뽑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날이 가고 여름이 다가올수록
서로 키 재기 시합이나 하는 듯 쑥쑥 자라나는
화단, 운동장 그리고 학교 주변의 풀, 풀, 풀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오후 5시 넘어서 2시간씩을
꼬박 쪼그리고 앉아 풀을 매기도 하지만
몸이 성치 않은 주사님 한 분과 내가 감당하기에는 늘 역부족이다.
도시나 면소재지에 위치한 다른 학교에 비하면
우리 학교 교사(校舍)는 그림 같이 작고 아담하지만
교사 앞에 펼쳐진 운동장에 비해
거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수가 턱 없이 부족하므로
아이들이 자주 타고 노는 그네 아래에만 풀이 없고
나머지 운동장엔 마치 자기 집 안방인양
양팔, 양다리 떡 벌리고 큰 대자로 널브러져
풀이 자라나고 있으니 이것 참!
학년 초에 구입한 호미와 면장갑을 끼고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풀을 매는 아낙네 되기를 여러 날,
호미로 흙을 약간 파고 면장갑 낀 손으로
힘껏 잡아당겨 풀을 뽑아내는데,
그게 땅속에 있는 뿌리째 뽑아야 하므로
언제나 땅속을 약간 치고 들어가는
검지와 중지는 내 손톱의 날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얼마 가지 않아 구멍이 나기 일쑤인 것이다.
그 구멍을 뚫고 들어온 흙이
손톱 밑을 꽉 메우고는 자리를 잡으니
손톱이 어찌 닳지 않으며 때가 끼지 않겠는가?
오늘은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 때문에
30여분 밖에 풀을 매지 못하고 들어와 손을 씻는데
이제는 닳고 때 낀 손톱 때문에
예전보다 더욱 미워진 내 손을 바라보니
그놈의 잡초가 야속하기 짝이 없다.
'아, 이 비 그치면 또 얼마만큼이나 무성해 버릴 것인가?'
잡초와의 전쟁
나의 신체 중에서 가장 잘 생긴 곳을 말하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손톱이라고 말해 왔다.
나의 손톱이 잘 생겨서 보다는
어렸을 적 유난히 하얗고 가느다랗던 언니의 손과는 대조적으로
선머슴처럼 뭉툭하기만 하여 갈퀴손이라는 별명을 얻은
나의 못난 손을 감추기 위해
어느 날부터 손톱을 길어 메니큐어를 바르고 나서부터는
보는 사람들마다 손톱 소제를 하느냐,
손톱 손질을 받느냐는 등 부러운 말들을 던지기에
그때부터 난 내 손톱이 신체 중에서 가장 예쁘다고 자신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손질은 하지 않아도
매주 한 번 이상은 손톱에 메뉴큐어를 바르고 다녔다.
그런데 이제는 그 손톱 끝이 닳아 뭉툭해지고
손톱 밑에 까맣게 때가 끼어 버렸다.
내 손톱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은 주범은 다름 아닌 잡초!!
‘야생초 편지’를 쓴 황대권 선생이 알면
저마다의 고귀한 생명으로 태어난 잡초를
무슨 권리로 그렇게 무시하느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학교에 돋아나기 시작한 잡초는
분교장 생활이 끝나는 날까지
나의 머리 아픈 숙제가 아닐 수 없다.
3월에 첫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그저 약간 삭막하기만 한 분교장을
어떻게 하면 아기자기 아름답게 가꾸어볼까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3월이 가고 4월이 오면서부터
잡초와의 전쟁이 시작 된 것이다.
처음엔 거금의 학교운영비를 들여서 심어놓은 화초며 철쭉이
그 빛을 발하게 하고 싶은 단순한 생각에
화단에 난 이름모를 잡초를 뽑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날이 가고 여름이 다가올수록
서로 키 재기 시합이나 하는 듯 쑥쑥 자라나는
화단, 운동장 그리고 학교 주변의 풀, 풀, 풀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오후 5시 넘어서 2시간씩을
꼬박 쪼그리고 앉아 풀을 매기도 하지만
몸이 성치 않은 주사님 한 분과 내가 감당하기에는 늘 역부족이다.
도시나 면소재지에 위치한 다른 학교에 비하면
우리 학교 교사(校舍)는 그림 같이 작고 아담하지만
교사 앞에 펼쳐진 운동장에 비해
거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수가 턱 없이 부족하므로
아이들이 자주 타고 노는 그네 아래에만 풀이 없고
나머지 운동장엔 마치 자기 집 안방인양
양팔, 양다리 떡 벌리고 큰 대자로 널브러져
풀이 자라나고 있으니 이것 참!
학년 초에 구입한 호미와 면장갑을 끼고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풀을 매는 아낙네 되기를 여러 날,
호미로 흙을 약간 파고 면장갑 낀 손으로
힘껏 잡아당겨 풀을 뽑아내는데,
그게 땅속에 있는 뿌리째 뽑아야 하므로
언제나 땅속을 약간 치고 들어가는
검지와 중지는 내 손톱의 날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얼마 가지 않아 구멍이 나기 일쑤인 것이다.
그 구멍을 뚫고 들어온 흙이
손톱 밑을 꽉 메우고는 자리를 잡으니
손톱이 어찌 닳지 않으며 때가 끼지 않겠는가?
오늘은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 때문에
30여분 밖에 풀을 매지 못하고 들어와 손을 씻는데
이제는 닳고 때 낀 손톱 때문에
예전보다 더욱 미워진 내 손을 바라보니
그놈의 잡초가 야속하기 짝이 없다.
'아, 이 비 그치면 또 얼마만큼이나 무성해 버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