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단일기(2008~2009)

내일은 비가 오면 좋겠다.

pjss 2008. 6. 29. 12:13

 

 

2008년 6월 13일 금요일

내일은 비가 오면 좋겠다.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나보다 먼저 등교한 진상이가 창고 문을 열고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진상아! 거기서 뭐해?”
“화분에 콩 심으려고 삽을 찾고 있어요.”
“무슨 콩을?”
“누나들이 콩을 심어서......”

어제 3~4학년 은애와 영은이가
작은 화분과 우유팩에다 강낭콩을 심어서 실험하는 것을 보더니
나더러 작은 화분을 찾아달라고 했었다.
“작은 화분이 없는데.......”
난 별 관심을 갖지 않고 무심히 말하고는 잊어 벼렸다.

오늘 아침에 일찍 등교하여 어디에선가 작은 화분을 찾아낸
진상이와 세은이가 화분에 담을 흙을 파기 위해 모종삽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1교시 시작할 시간이 되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콧등에 땀방울이 맺히도록 열심히 콩을 심고 있는
아이들을 불러서 지난 번 우리가 배운 대로
화분 맨 아래에 자갈을 깔고 흙을 담아
콩을 심도록 지도를 하였다.

우리 학교는 아이들이 각자 한 학년에 한 명뿐이라서
친구와 함께 놀이나 이야기하기나
친구에 대해 설명을 하기,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활동을 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기는 하지만
이웃 학년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서로 따라하며
선행학습이 이루어지거나
예체능 교과는 무학년제로 운영하여
통합적인 공부를 하기도 하는 장점도 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힘겹게 심은 화분들을
화단 가에 줄줄이 늘어놓고는
“내일은 비가 오면 좋겠다.”
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는 진상이는
아무래도 내일과 모레가 휴일인 게 마음에 걸리는가 보다.
나또한 콩이 제대로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
튼튼히 자라서 아이들의 희망이 되어주길 바라며
일요일엔 조금 일찍 우도에 들어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