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0일 토요일
아직도 멈추지 못하는 물음
“선생님, 저 지숙이예요.” “오! 그래, 반갑다.”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그럼, 잘 지내고 있지. 넌 어때?” “저도 잘 있어요.” “그런데 지금 어디야?” “학교에 나왔어요.” “아니, 왜?” “교재 연구 좀 하려고요.” “휴일인데, 아니 그보다 황금연휴에 웬일로?” “그냥 교재 연구를 좀 하고 싶어서요?” “그래? 우리 지숙이 참으로 열심히 준비하는 선생님이구나.”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고 이제 좀 열심히 해 볼까 하고요.” “그래......” “교재 연구를 하다 보니 선생님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전화한 거구나.” “네! 참, 그런데 선생님! 저 지난 사회 시간에 우리 반 아이들에게 선생님 얘기를 했어요?” “뭐라고 했는데?” “우리 선생님은 시험 본 후에 팔에 파스를 붙여가며 우리들에게 매를 백대도 넘게 때렸다고요.” “그래?” “그랬더니 우리 반 아이들 얼굴이 하얗게 변하던데요.” “그래......” “그 선생님 교실에 한 번 오시라할까? 하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난리 났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은 같이 늙어간다고 했어요.” “호호 그 녀석들 앞에 한 번 내가 나서야겠구나.” “그래요, 선생님 정말 한 번 오시면 좋겠어요.”
28년 전 첫 발령을 받아 만난 제자들 중의 한 명인 지숙이! 성실하고 사려 깊을 뿐만 아니라 아주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던 지숙이는 광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도에서 14년 째(분만 휴직 2년 포함)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는 공부가 지겨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던 폭탄선언으로 나를 놀라게 하더니 이제는 영어공부를 위시하여 이것저것 공부도 하고 대학원 준비도 하고 있다며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명랑한 목소리로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그동안엔 학급경영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 학급경영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앞으로는 멋지게 학급경영을 해 보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 교단에 발을 내디딘 지 한 십년 정도 되면 안으로부터 변화를 찾는 목소리가 들리지.” “네, 그래요. 이제 내 교직생활에도 무언가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그랬지. 안으로부터 계속되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느라 몸부림치며 고뇌하던 행복한 그런 시간들이 있었지.” “선생님도 그러셨어요?” “그래, 열심히 고민하고 열심히 찾아보면 지금보다도 더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 거야.” “네, 선생님! 그럼 건강하세요.” “그래, 너도.......” 전화를 끊고도 한참 동안 초등학생의 두 아이를 둔 엄마 같지 않게 아직도 어린애처럼 해맑은 웃음을 간직한 지숙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못다 한 한 마디에 아쉬움을 담고 조용히 혼자 되뇌었다.
‘지숙아! 교직 경력 28년째인 나도 아직 물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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