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
“누나, 어린이날 선물 뭐 받았어?” “음, 양말, 공책” "너도 받았잖아.” “아니, 학교에서 준 거 말고” “........” “나는 옷이랑, 샌들하고, 레고, 문구세트도 받았다.” “........” “그리고 ‘아기돼지 삼형제’뮤지컬도 보고, 가족세트도 먹었다.” “........” “누나들은 아무것도 안 받았어?” “........”
어린이날 학교에 찾아온다는 진상이 아빠의 말을 믿고 일찌감치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그러나 저녁이 다 되도록 전화 한통 없어 옆에서 바라보는 나의 애타는 심정은 아랑곳없이 진상이는 아빠의 말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듯 우도에 가서 만난 누나들에게 자랑하느라 바빴다. “세은아! 어린이날은 잘 보냈니?” “네!” “어디 다녀왔어?” “아무 데도 안 갔는데요.” “그럼 선물 받았어?” “아뇨!” “뭐 했는데?” “아무것도 안했는데요?” “........” “어린이날이 제삿날이라서 할머니가 맛있는 거 많이 해서 먹었어요.” “아, 그래? 그럼 세은이 아빠도 오셨겠네?” “아뇨?” “........”
어린이날을 지내고 온 세은이가 옆 반 선생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였다.
어린이날에 선물 받은 거는 처음이라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진상이, 어린이날이 제삿날이라서 맛있는 거 많이 먹어서 좋았다는 세은이, 진상이가 자랑하는 어린이날의 대접을 생뚱맞아하는 영은이와 영순이 자매
그리고 어린이날을 축하한다며 케이크를 사오고 노래를 부르고 폭죽을 터뜨리고 소원을 빌고 촛불을 끄며 호들갑을 떨었던 지난 토요일의 너무나 대조적인 풍경
처음에는 순천에서 하는 ‘어린이날 큰 잔치’에 아이들을 데리고 참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물때가 맞지 않았다.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물이 차 있으니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의 행사에 참석하려면 순천에서 1박을 해야 하는데 다섯 명의 아이들을 집에 데리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를 했었는데 이처럼 외로운 어린이날이 되었을 줄이야!
부모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외면당한 어린이날이 이 아이들을 더욱 외롭게 한 것 같아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도 진정한 어린이날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는 내가 오히려 아이들을 더 외롭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씁쓸히 혼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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