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단일기(2008~2009)

이런 게 분교장교사의 마음인가?

pjss 2008. 6. 29. 12:07
2008년 5월 2일 금요일

이런 게 분교장교사의 마음인가?

운동회 날이다.
그동안 우리 학교는 운동회를 본교와 함께 해 왔었다.
그런데 올해는 물때가 맞지 않아서 운동회 시작 시각에 맞춰서 가려면
고깃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교장선생님께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안 된다고 하셨다.
우리 우도 아이들이 다섯 명뿐이지만
분교장에서 운동회를 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학부모는 세 분뿐이고
우도 주민들은 마침 고기잡이 철이라 참석이 어렵다고 하시니
본교에 가서 함께 운동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세은이와 진상이는 내가 데리고 가서 순천에서 등교하고,
은애는 순천에 사시는 이모 댁에서,
영은이, 영순이는 중산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등교하기로 하였다.

교사와 부모들의 어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운동회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푼 아이들을 위해
어제는 운동복을 샀다.
며칠 전에 벌교에 있는 체육사에 가서 운동복을 사려고 하였으나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바지 하나에 9,000원이나 하여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그래서 운동회 날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운동복을 사기 위해 홈플러스에 갔다.
마침 7부 바지와 티셔츠가 마음에 든 게 있어서
다섯 벌을 사가지고 와서 아침에 아이들을 만나 갈아입히니
우리 아이들이 가장 예뻐 보였다.
특히 오늘은 기온이 30도를 웃돌아 여름 날씨를 방불케 하는 바람에
옷 덕을 톡톡히 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달리기를 할 때나 놀이마당을 할 때
한 장이라도 더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본교 아이들 틈새를 비집고
우리 아이들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 다니면서
우리 아이들이 잘하면 덩달아 신이 나고
잘 못하고 있으면 혹시나 기죽을 까봐 마음을 졸이면서
이런 게 분교장 교사의 마음인가 싶었다.

운동회를 마치고 내일 아침 물때가 맞지 않아 우도로 들어가야 했지만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내일 축하파티를 하기 위해
케이크와 폭죽, 그리고 선물을 사러 순천에 왔다.
그래서 지금은 파티를 하며 함박웃음을 웃을 아이들을 그리며
밤 11시에 물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진상이는 오늘 오후 우리 집에 온 지 세 달만에
친아빠를 만나고 와서 행복한(?) 잠을 자고 있다.
곤히 자고 있는 진상이를 깨워서 가야하는 점이
마음이 아프기는 하지만
우도 아이들을 위해서 늘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바쁘기만 한
나의 일상이 행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