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단일기(2008~2009)

공부를 해야겠다.

pjss 2008. 6. 29. 12:03
공부를 해야겠다.

2008년 3월 5일 수요일

남양초등학교 우도분교장으로 발령이 났다.
우도는 이름 그대로 섬이다.
그런데 여느 섬들과는 다르게
하루 중 절반은 섬이고, 절반은 육지이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섬과 육지로 하루에 두 번씩
변신을 하는 참 재미있는 곳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시멘트로 포장된 외길이 나타나서
자동차로 왕래가 되는 데
물이 차면 어느새 길이 사라져 또 다시 섬이 된다.

정기 여객선이 없는 이 곳은
물의 높아지면 섬지에서든 육지에서든
발이 묶여 또다시 자연이 길을 열어주기를 기다려야 하니
그야말로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가장 아름다운 곳인지도 모른다.

우리 학교는 아이들이 다섯 명이다.
1,2,3,4,5학년에 각각 한 명씩.
교사는 세 명, 그리고 조무원 한 명
모두 합하여 아홉 식구이다.

난 1,2학년 복식학급을 맡았다.
1학년 여학생 세은이(가명)
2학년 남학생 진상이(가명)

출근하기 전 이틀과 출근하여 이틀은
관사와 교실 청소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 버렸다.

세은이와 진상이는 둘 다 부모와 함께 살지 않고
세은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진상이는 위탁부모와 함께 산다.
둘 다 엄마와는 일찍 헤어졌고, 아빠와는 일 때문에 떨어져 지낸다.

둘 다 따뜻한 엄마의 정이 그리운 아이들일 것 같다.
선생님으로서,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처음으로 해 보는 복식 수업도 생소하기만 하다.
공부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