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가족 이야기

‘누가 저처럼 기뻐해 줄 수 있을 것인가?

pjss 2008. 6. 29. 04:28

 

 

2008년 6월 7일 토요일


‘누가 저처럼 기뻐해 줄 수 있을 것인가? '


바닷물이 오후 세시 반경에 열려서

토요일이지만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4시가 다 되어 퇴근을 하였다.


퇴근길에 마동에 있는 친정집에 들렀다.

일흔 여섯의 노년임에도 한 푼이라도 벌어 쓰시느라

방울토마토 따시랴,

마늘 캐시랴,

모내기 하시랴,

그 바쁜 와중에도

딸을 위해 열무김치를 담아놓으신 엄마는

지난 번 들렀을 때 얼굴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표하며

반색을 하고 반기셨다.


딸의 세 집 살림 덕에

김치를 세 곳으로 나누어 싸면서

한사코 마다하는 딸의 김치 보따리에

냉동실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넣어주시는 엄마께

“엄마, 제 책이 나왔어요.”

“응, 그래. 인숙이가 그러더라.”

“.........”

“근디 그 책을 어디서 산다냐?”

“응, 왜요?”

“인숙이 말로는 책을 사봐야 한다든디?”

“엄마도 보실 수 있으세요?”

“암 그럼, 안경 끼고 보믄 다 볼 수 있제.”

“아~엄마, 제가 한 권 드릴게요.”

책을 가지러 차에 가면서

‘왜 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내가 제일 먼저 책을 드려야 할 분이 부모님이 아니던가?”

그런데 난 부모님은 염두에 두지도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아, 니 책이 이렇게 생겼구나.”

“어디 나도 좀 보세.”

아버지께서도 돋보기를 끼시며 책을 보고계시는 엄마를 채근하셨다.

내가 가져다 드린 책을 이리저리 어루만지며

대견해 하시는 엄마, 아빠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한없는 용서를 빌었다.


‘누가 저처럼 기뻐해 줄 수 있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