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처럼 기뻐해 줄 수 있을 것인가?
2008년 6월 7일 토요일
‘누가 저처럼 기뻐해 줄 수 있을 것인가? '
바닷물이 오후 세시 반경에 열려서
토요일이지만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4시가 다 되어 퇴근을 하였다.
퇴근길에 마동에 있는 친정집에 들렀다.
일흔 여섯의 노년임에도 한 푼이라도 벌어 쓰시느라
방울토마토 따시랴,
마늘 캐시랴,
모내기 하시랴,
그 바쁜 와중에도
딸을 위해 열무김치를 담아놓으신 엄마는
지난 번 들렀을 때 얼굴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표하며
반색을 하고 반기셨다.
딸의 세 집 살림 덕에
김치를 세 곳으로 나누어 싸면서
한사코 마다하는 딸의 김치 보따리에
냉동실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넣어주시는 엄마께
“엄마, 제 책이 나왔어요.”
“응, 그래. 인숙이가 그러더라.”
“.........”
“근디 그 책을 어디서 산다냐?”
“응, 왜요?”
“인숙이 말로는 책을 사봐야 한다든디?”
“엄마도 보실 수 있으세요?”
“암 그럼, 안경 끼고 보믄 다 볼 수 있제.”
“아~엄마, 제가 한 권 드릴게요.”
책을 가지러 차에 가면서
‘왜 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내가 제일 먼저 책을 드려야 할 분이 부모님이 아니던가?”
그런데 난 부모님은 염두에 두지도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아, 니 책이 이렇게 생겼구나.”
“어디 나도 좀 보세.”
아버지께서도 돋보기를 끼시며 책을 보고계시는 엄마를 채근하셨다.
내가 가져다 드린 책을 이리저리 어루만지며
대견해 하시는 엄마, 아빠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한없는 용서를 빌었다.
‘누가 저처럼 기뻐해 줄 수 있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