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가족 이야기

닥치면 다 한다고 했던가?

pjss 2008. 6. 29. 04:14

 

 

2008년 3월 18일 화요일


어제는 우리 집에 1년에 한 번 있는 합동제삿날이었다.

학교는 하루 연가를 내고 일요일에 시장을 본 후

어제 오전에 시댁에 가서 오후 동안 제사 음식을 장만했다.

결혼하고 21년간을 시어머니께서 하시는 것을 옆에서 보조하고

설거지만 도맡았었는데 작년 9월에 시어머니를 여의고부터는

명절이나 제사 음식 장만이 고스란히 내차지가 되었다.


그래도 명색이 한씨 집안의 종가라서 합동제사를 하기 전에는

8번 제사에 추석, 설을 합하면 10 번을 지내던 것을

내가 시집가자 바로 합동제사로 돌려놓으신 시어머니 덕분에

난 1년에 제사 한 번, 추석, 설을 합하여 세 번이면 족하다.


지난 2월 설에는 남편도 시누이들도 걱정이 많았었다.

큰며느리라고는 하지만 한 번도 음식 장만한 것을 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명절을 보낼지 나보다 걱정들이 많더니

이제 우리 남편은 걱정을 하나도 안한다며

시누이들의 걱정하는 전화에다 대고 음식 만드는 것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큰소리다.


아무튼 어젯밤에 늦게 제사를 지내고 우도로 들어와

오늘은 점심시간에 두 남자 선생님과 주사님까지 불러서 제사 후렴을 하였다.


내가 자신 없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음식 만들어서 나누어 먹는 것이다.

무슨 까닭인지 나는 어렸을 적부터 음식을 만드는 일이 가장 자신 없고

더군다나 내가 음식 만드는 일을 누가 보는 것도 불편하다.

그래서 가장 위대해 보이는 게 음식 장만하여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만든 음식으로 상을 차리고 또 사람들을 불러서

나누어 먹었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많이 발전했다.

닥치면 다 한다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