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소통

우리들의 모든 어머니

pjss 2008. 6. 29. 04:11
 

 


2007년 11월 19일 월요일



“할머니, 어디까지 가세요.”

“저~기 동강까지.”

“동강에 사세요?”

“아니, 덕암에.”

“그런데 마륜에는 왜 오셨어요.”

“으응, 다슬기 잡으러.”

“다슬기를 잡아서 뭐하세요?”

“먹기도 하고, 장에 내다 팔기도 하고, 다슬기액도 내고.......”

“아, 그러세요? 그럼 저도 조금 살 수 있을까요?”



어제, 김치를 담아 놓으셨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퇴근길에 친정에 가서 김치를 가지고 나오는데

마을 앞에서 등에 가방을 맨 할머니 한 분이 차를 세웠다.

차를 멈추고 태우고 가면서 그 할머니와 나눈 대화다.

할머니는 10년 동안을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아다 파셨다고 하였다.



“춥지 않으셔요?”

“왜 안 추워? 안 그래도 손이 곱아서 더 못 잡고 오구만.”

“아, 네.”

할머니가 잡은 다슬기는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 다슬기액을 내어 자식들에게 보내기도 하고

순천에 있는 남부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는 거였다.

하루는 남부 시장에서 남편의 병구완을 위해 5만원어치를 사가던 아주머니가

돈이 없다며 우선 1만원만 주고는 다음에 가져다준다고 하고선

아직도 소식이 없다는 말씀도 하셨다.

“어쩜 그런 사람들이 다 있어요?”

흥분을 하며 대꾸하는 내게 그래도 할머니는

“그 다슬기로 잘 먹고 잘 살아라.”

하며 잊어버린다고 하셨다.



덕암에 있는 할머니의 집 장독대에는 널찍한 갈색의 고무다라에

다슬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저 많은 다슬기를 잡느라 할머니는 얼마나 많은 허리를 굽혔다 폈을까?’

다슬기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2만원어치의 다슬기를 샀다.

인심 좋은 할머니는 자꾸만 그만 담으라는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 웅큼의 다슬기를 더 담아 주셨다.



나오는 길에 어깨와 허리가 아파 병원엘 가야 한다는 할머니를

유둔의 병원 앞에 내려 드리고 오는 내게

“우리 며느리와 아들은 다슬기 못 잡게 해.”

하며 행여 자식들에게 누가 될 까봐 한 마디를 잊지 않으시던

그 할머니가 우리들의 모든 어머니가 아닌가 싶어

집으로 오는 길 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