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가족 이야기

한 장의 가족사진

pjss 2008. 6. 29. 04:04

 

한 장의 가족사진


2007년 5월 3일 목요일


우리 가족은 야외에 나가서 찍어 본 스냅 사진 외에

지난 22 년 동안 한 번도 가족사진을 찍지 않았었다.

가끔씩 어느 집에 가면 거실 벽에 커다랗게 걸려 있는 사진이

무척 좋아 보이기는 했지만 어쩐 일인지 가족사진 찍을 엄두를 못 냈었다.


그런데 아들이 대학생활을 하면서 가끔 집에 오면

“엄마, 우리 집엔 왜 가족사진이 없어요?”

“우리도 언제 사진 한 번 찍어요.”

하면서 가족사진 찍기를 원했으나

시간을 내어서 사진을 찍는다는 게 쉽지가 않았다.


대학생활 2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기위해 휴학을 하고

지난 1월 집에 돌아온 아들은

“엄마, 제가 군대에 가기 전에 가족사진 한 번 찍어요.”

하면서 가족사진 찍기를 다시 원했다.

그러한대도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 새 3월을 다 보낸 마지막 날,

4월 3일이 입대일인 아들이 서울에 미리 가서 친구들 만나고

입대한다면서 4월 1일에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가족사진 찍기를 원했다.

남편도 아들이 군대에 다녀오면 많이 변한 모습일 테니

지금 찍어 두는 게 좋겠다고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사진관엘 가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아들을 보내고 난 뒤 한 달 후 사진을 찾아왔다.

자세히 한 사람 한사람을 뜯어보면 별 볼품이 없지만

가족 모두가 다정하게 앉아서 웃고 있는 환한 사진이

거실 벽에 걸리는 순간 온 집안이 환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곁에 없는 아들을 매일 볼 수 가 있어서 참 좋았다.


병가를 내고 하릴없이 집에서 쉬고 있는 무료한 내게

사진은 많은 위로를 주기도 한다.

거실에 나와 사진을 바라볼 때마다

사진 속의 나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려고 애쓰기도 하고

남편과 아들과 딸에게 못 다한 말을 건네기도 한다.

아들이 그렇게 찍기를 원했던 가족사진,

그 한 장의 사진이 엄마에게 이토록 큰 위안이 될 거라는 사실을

아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아들이 군대에 가고 없는 그 빈 공간에

말없이 들어와 환하게 웃고 있는 한 장의 가족사진!

그것은 분명 작은 행복이며 내게 큰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