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친구들과
2007년 1월 26일 금요일
서울 친구들과 함께
수술을 한 다음 날 10시 경에 병원에 갔다.
함께 밤을 보낸 친구는 마침 오후에 딸의 대학입학 면접이 있어서
아침 식사 후에 집으로 가고 아들과 함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마치고 나니 11시 경이 되었다.
아들은 눈의 통증이 가라앉으니
오랜만에 서울에 있는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나도 얼마 전에 전화 통화를 한 남숙이에게 전화를 하였다.
마침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있던 남숙이와 연락이 닿아
서울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강남역에서 두 번의 지하철을 갈아타고
하계역에 내리니
어릴 적부터 그 또랑또랑한 눈으로
영특함을 과시하고
우리들의 기를 팍팍 죽이던 남숙이가
여전히 반짝이는 영롱한 눈빛으로 나를 맞아 주었다.
(그 눈매의 아름다움은 늙지도 않나봐~질투^^)
어릴 적 친구는 언제 보아도 늘 함께 하는 것처럼
어색하지 않고 반갑기만 하다.
“백화점에 갈까? 교외로 갈까?”
“야, 돈도 없는데 백화점에 가면 뭐하냐?”
“허긴 그래.”
“그럼 교외로 가자. 강미 불러서..”
“그래.”
아침 일찍부터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고 있다던
강미와 연락해서 강미네로 갔다.
여전히 따글따글 작아도 야물기만 한 강미
목소리도 여전하고 말솜씨도 여전하다.
이제 막 파마를 한 머리 같지 않게
자연스런 웨이브로 어깨까지 내려오는
강미의 멋있는 긴 머리가 참 멋졌다.
(난 머리 좀 길어 보려고 하면 성격이 나빠선지 잘 안되던데..)
강미 집에는 강미의 한국화 작품이
화면을 통해서 본 것보다 훨씬 멋지게 걸려 있었다.
기족을 위해서나 자신을 위해서나
열심히 살고 있는 강미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셋이서 조금 교외로 빠지니
맛있는 진흙오리구이 집이 나왔다.
서울 같지 않게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이
어제 강남에서 먹은 음식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서울 사는 얘기, 짜뚜리땅(?),류마티즘,
아이들, 터키 여행, 국토 횡단, 모임, 아직도 눈에 밟히는 옷 ....
얘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한강을 끼고 있는 마당으로 나와
장작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고
돌아오면서 이왕 늦은 거 심야 고속을 타기로 맘먹고
저녁 시간에 친구들을 보자고 했다.
인자, 숙희, 영임, 혜영에게 연락을 하고 남숙이 집으로 향했다.
얼마 전에 이사를 해서 깔끔하게 단장 된 남숙이의 집은
단정하고 따뜻한 남숙이의 성격을 보여 주듯이
간결하면서도 조화로운 배치의 가구와
베란다에 잘 가꾸어진 화초가 인상적이었다.
버려진 화분이나 2-3천 원짜리,
또는 곁가지를 얻어 와서 기른 것이라는데
하나같이 싱싱하고 푸릇푸릇하게 자라
15층 아파트의 실내 정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화초들을 보며 남숙이의 또 다른 일 면목을 보는 것 같았다.
여전히 날씬한 몸매에 매력적인 숙희,
항상 남을 위하는 일에 앞서며 좋은 일을 하는 인자,
아직도 긴 머리 소녀 같은 영임이가 오고
마침 퇴근 시간이 되어 남숙이의 남편이 오시게 되자
우리는 모두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는 길에 이제 일을 마치고 오는
인정 많은 우리 혜영이를 태우고 식당에 도착하니
어느새 강미의 남편도 와 계셨다.
화이트칼라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차분하고 단정한 모습의 남숙이의 남편이
사 주신 고기는 어찌나 맛있던지...
입에서 살살 녹는 것 같았다.
남숙이는 자기의 남편은 농담도 모르고
서늘맨이라고 하더니
이게 뭐야, 농담도 잘하시고 분위기도 그렇게 잘 맞추는데...
(남숙이가 남편을 모른 거니? 아님, 내숭 떤 거니? 긍금)
남성다운 외모에 아내를 끔찍이 위한다는
강미의 남편은 나중에 랍스터를 사주겠단다.
(기대가 크다.^^)
그런데 이거 어쩐 다냐?
숙희의 매력에 두 남자 흠뻑 도취되어
아내는 뒷전이라?
남숙이, 강미의 표정 관리 점점 어려워지고
숙희야!
네가 그렇게 능력 있는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내가 좀 겨루어 볼까 했는데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항복이다. 너의 능력을 인정하노라.^^
(강미, 남숙 남편, 밤에 무사했나? 남숙인 이미 삐졌던데...^^)
밤 11시 10분 버스를 타야해서
서둘러 자리를 끝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서울이라 낯선 땅에서 만난 나의 친구들 덕에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강남터미널까지
기어코 배웅을 해준 인자야! 고맙다.
항상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는 너의 생활은
우리의 산 교훈이 되고 있단다.
네가 늘 자랑스럽다.
강미 남편의 얘기로는
이제 소녀티가 조금 가셔서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했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소녀 같은 영임아!
오랜만에 보아서 너무 반가웠다.
다음에 만나면 더 많은 얘기 나누자.
늦게 와서 많은 얘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아무리 바빠도 너는 만나면서 살아야 할 텐데..’
그 말 잊지 않을게. 혜영아!
그리고 나의 류마티즘 얘기에 놀란
너의 그 걱정 어린 눈빛도...
항상 야물고 대찬 모습으로 당당하기만 한 숙희야!
너의 그 빼빼한 몸 어디에 그런 에너지가 숨겨져 있는 거니?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까지
인기가 좋은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마음 써 준 점 정말 고맙다.
강미야, 남숙아!
멋진 남편과 아이들과
알뜰살뜰 살아가는 너희들의 모습 정말 보기 좋았단다.
너희들도 한 번 내려와 나의 사는 모습도 보고
여기에 있는 시골 친구들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다면 참 좋겠다.
우리, 자주 만나야 더 보고 싶어지는 거라고 했잖아.
이제 나도 서울에 가면 꼭 연락할 테니
너희들도 살짝 다녀가지만 말고 연락해서 얼굴 보기로 하자. 응?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아들을 만나 11시 10분 심야고속을 타고 내려오는데
친구들을 만나고 오는 게 꼭 꿈만 같았다.
낮에 있었던 친구들과의 만남이 영상처럼 펼쳐지면서
피곤함도 잊고 내려오는 내내 행복하기만 했다.
아, 고맙다. 친구들아!!!
그리고 또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