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사가 눈 뜬 기분이 이럴까?
2007년 1월 5일 금요일
심봉사가 눈 뜬 기분이 이럴까?
3년 전 추석 무렵부터 엄지손가락의 마디 부분이
약간 발갛게 부으면서 아프기 시작했다.
‘그냥 조금 그러다 말겠지.’
생각하고 기다렸으나 서너 달이 지나도 낫지를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관절염인 거 같다고 하기에
성가롤로 병원의 정형외과를 찾았다.
관절염 치료에 명의라고 소문이 나 있는 의사 선생님은
혈액검사를 해보더니 류마티즘 지수가 아주 높다고 하며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내려 주시며
15일 치의 약을 지어 주셨다.
집에 와서 류마티스 관절염이 어떤 병인지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더니
자가 면역질환으로 발병 원인이 규명 되지 않아
치료약이 없어 완치는 어렵고 증상의 완화를 돕는
약만 개발되어 있다고 하였다.
안구건조도, 목소리의 탁함도 류마티스의 영향이라는 걸 알았다.
‘어쩌다, 이런 일이...’
맨 먼저 나의 식습관을 반성하였다.
그리고 조금만 아파도 참지 못하고
약을 먹는 나쁜 습관도...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약을 먹는 동안에는 좀 나은 듯하다가
약이 떨어지면 다시 아프기를 반복하였다.
병은 소문을 내야 한다고 하기에
소문을 냈더니 여기저기에서 관절염에
좋다는 특효약은 다 알려 주었다.
그리고 3년 전부터 눈이 자주 아팠다.
햇빛을 보기도 힘들고
눈이 뻑뻑거리고
밤이 되면 TV 시청이나 책을 읽기가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안과엘 가면 각막염이라고 하였다.
안구 건조증도 심하고....
안과에서 주는 인공 눈물을 넣고
약을 먹어도 줄곧 눈은 나를 괴롭혀 왔다.
조대병원에 류마티스 내과가 있다기에
2005년 여름방학에 틈을 내어 찾아갔다.
정밀 검사를 해보더니 아직은 뭐라 진단을 내릴 수가 없으니
좀 더 두고 보자며 소염제만 주셨다.
‘쳇, 뭐야? 병을 키워서 치료하자는 건가?’
그때는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나의 통증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새끼손가락이 아프다가 팔꿈치도 아프고
또 검지가 아프다가 중지로도 옮겨 가고
손가락이 나으면 발가락으로 옮기고
그야말로 온몸의 관절로 옮겨 다녔다.
통증도 아주 심해서 못 견딜 정도라면 병원을 찾을 건데
그럭저럭 견딜만하니 병원에 가는 걸 미뤄지게 되었다.
일 년 전부터는 귀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잠을 자려고 누워있으면
‘슥삭슥삭’
신경이 쓰여서 잠을 이루기가 힘들어
이비인후과에 가면 고막이 얇다는 둥,
귀에 물이 들어갔다는 둥,
귀를 후비지 말라는 둥
뭔가 원인 규명을 못하고 소독을 해주기만 했다.
‘참 ~~’
또 한 스무날 전부터는 고개를 마음대로 가누기가 힘들었다.
어깨 근육은 늘 단단하게 뭉쳐 있고
고개를 앞뒤 좌우로 마음대로 가눌 수가 없어
양, 한의원엘 다니면서 침도 맞고 약도 지어 먹었으나 효과가 없었다.
‘아, 이렇게 몸이 부실하게 살아야 한다면 앞으로 살아갈 날이 혹여 지겨워지지 않을까?
겁이 나기 시작했다.
‘아 이러다 우울증에 걸리기라도 하면 어쩌지?.’
매사에 의욕도 떨어지고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남편이나 동료들에게 아프다는 말을 하기도 부끄러워지고
자신감마저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12월 30일에 겨울방학을 하고 동료들과
삼천포에 있는 창선대교엘 다녀왔는데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즉부터 남편이 병원엘 가보자고 했는데
별거 아니라며 차일피일 학교 핑계만 대고 미루었었는데
이참에 진단을 받아 봐야겠다는 생각에
예전에 조대병원 의사가 옮겨간 광주첨단병원엘 갔다.
나의 여러 가지 증상을 듣고
간단하게 엑스레이와 혈액검사를 해보더니
‘쇼그렌 증후군’과 ‘섬유근 통증’이라는 진단을 내려 주셨다.
두 가지다 류마티스에 속하는 질병인데
쇼그렌 증후군은 외분비계의 이상으로
각 기관의 분비물을 억제시켜서 안구건조, 귀의 이명현상,
기관지의 건조 등을 가져온단다.
그리고 섬유근 통증은 근육이 막을 형성하여
단단하게 굳어가며 신경을 잡아당기고 척추나 목의 뼈의
휘어져야 할 부분을 바로 세워버리는 현상으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근육이 느끼는 통증이 8배 이상이라나?
아무튼 진단을 내리고 있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만 듣고도
병이 절반은 나은 느낌이었다.
약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해 주셨다.
통증의 완화를 위해서 진통제를 쓰기는 하나
부작용이 없어 몸에 해롭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먹되
속이 메슥거리면 중단하라고...
처방해준 약을 저녁에 먹었다.
그런데 잠을 자는 도중에 어깨와 목의 통증이 가셨다.
진통제 때문이거니 하면서도 몸이
개운해 지니 기분 좋게 잠을 잘 수가 있었다.
그런데 기적은 아침에 일어났다.
잠을 깨고 눈을 뜨면 난 언제나 맨 먼저
인공눈물을 찾아 넣거나 물을 찾아 눈에 적시지 않으면
눈이 뻑뻑거려 눈을 뜰 수가 없었었다.
그런데 아침에 번쩍 눈이 뜨인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아주 부드럽게
‘아. 이것이 심봉사가 눈을 뜬 기분일까?’
물론 아무려면 그것에 비할까마는
정말이지 그렇게 개운하고 맑은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았다.
아침마다 뻣뻣하게 굳어서 아무리 오므리려고 해도
쥐어지지 않던 손가락도 부드럽게 아주 부드럽게
오물오물 주물주물을 할 수 있었다.
“만~세!”
“야아, 만~만세다. 만만세!!”
난 큰 소리로 만세를 불렀다.
깜짝 놀라 남편이 일어났다.
‘여기 봐요. 눈도 손도..그러고 보니 귀에서 소리도 안 났네.’
여기 저기 호들갑을 떠는 나를 보더니
그 동안의 나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눈자위가 발개지면서 나를 안고 빙빙 돌리면서 좋아했다.
“그러니까 진즉 병원에 가자고 했잖아.”
“이 모든 게 류마티스 때문인 줄 누가 알았나?”
“그래, 그래. 어쨌거나 다행이야. 내가 다 개운하네.”
“고마워요.”
남편은 나보다 더 좋아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된 것처럼 좋았다.
아니 3일이 지난 지금도 좋다.
1년 반 전에는 류마티스 중에서 어느 병인지
증상이 확실치 않아서 진단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을 ...
그것을 모르고 1 년 반 동안을 더 고생한 것을 생각하니
억울하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
‘아, 이젠 나의 사전에 애꾸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