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친구야!(여자만)

2006년 정기총회를 마치고

pjss 2008. 6. 29. 03:52

2006년 정기총회를 마치고


2006년 12월 9일

오후 여섯시 모임이건만

아침부터 마음은 이미 지리산에 가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남편은 그러한 나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친구들 만날 생각에 잠을 설치는 것 같더군. 밤새 뒤척이는 걸 보니...”

하면서 농담을 하였다.

“그래요. 당신 같으면 잠이 왔겠어요?”

“허허, 그렇게도 좋은가?”


지난 번 추석 때부터 챙겨 놓은 미니 복분자랑

포도주를 가지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팔마체육관에서 만난 회장 태영이와

총무 점자의 승용차엔 준비물이 가득하였다.

모임을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비가 온다더니 날이 차츰 개고 있었다.

태영이는 모임 때마다

비와 관계가 있는 날씨가

마음에 거슬리는 듯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날짜를 내가 잡았다고 했다.

그랬던가?


지리산 산동에 있는 한국회관에 도착하자마자

“여자만 푸른 물결 가슴에 안고”

“동강중학교 6회 친구야, 반갑다!”

현수막을 걸었다.


그리고 무엇인가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회장 태영이의 제안으로 풍선 아치를 만드느라

오후의 시간을 다 쏟아 부어야 했다.

풍선 부는 기구로 바람을 넣어 매듭을 지어

네 개씩 둥근 아치에다 장식을 하는데

태영이의 팔뚝 힘과 점자의 큰 키가

제법 유용하게 쓰이는 시간이었다.

“그럼 점숙이는 뭐했나?”

“바람 든 풍선 들고만 있었지롱!!”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준비해간

술과 과일, 안주(굴, 고막)를 내려놓고

지리산 가족호텔에 가서

내일 아침에 먹을 떡국거리를

챙겨 정리하고 나서 한숨을 돌리니

약속 시간이 30여 분 남았다.


‘아, 이제 좀 쉬면서 기다려볼까?’


“따르릉~~”

막 한 숨 돌리려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늦을 지도 모른다던 귀종이가

제일 먼저 그 반가운 얼굴을 내밀었다.


여섯 시가 되자

순천에서 강생, 박광득, 박순이, 김미연, 서영수, 송남종, 송종훈

여수에서 조성종, 송윤희

고흥에서 송원종, 송정옥, 류제칠, 송기동, 송하문

광양에서 송진상, 송은희, 송하진

광주에서 김인심, 신은심, 송길순, 송혜연, 서정란

그리고 먼저 와서 기다린

곽태영, 송점자, 박점숙, 유귀종

모두 스물여섯 명의 친구들이 삼삼오오로 모여들어

서로 인사를 하기가 바쁘게

번호표로 자리를 정해 앉았다.


친구들은 만나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더니

나중에 올 사람을 위해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회장님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맛깔스런 굴이며, 고막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한 잔 술을 들이키고야 말았다.

그래 우선 술이 들어가야 또 말이 술술 풀리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차려진 음식부터 먹고 회의를 진행하드라고,,

“자, 너도 한 잔!”

“나도 한 잔!”

“우리 모두를 위해 한 잔!”

“건~배!!”

“참 오랜만이다.”

“어째 잘 살았는가?”

“그래, 그만 혀”


서로 주고받는 다정함으로

어느 정도 배가 채워질 무렵

회장님의 제안으로 총회를 열었다.

회칙도 개정하고

글 재주꾼 원종이가 쓴

‘친구야!’를 목소리 좋은 강생의 낭독으로

우린 모두 한 마음이 되었다.


노래방에서 노래 실력도 과시하고

나이트클럽에서 춤 실력도 과시했지만

무엇보다 좋은 것은

우리 친구들과 함께 라는 사실이었다.


우리의 추억을 다 얘기하기엔

우리의 다정함을 다 녹여 내기엔

12월의 겨울밤은 또 왜 그리 짧기만 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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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을 쪼개(?)자며

새벽까지 아쉬움의 끈을 놓지 못하다가

한 숨 막 들락 말락 했는데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몇 명의 친구들은

벌써 일어나 온천욕 하잔다.

“에라 모르겠다.”

모른 척하고 누워 있는데

‘이게 누구야?’

회장 태영이가 일찍이도 여친의 방으로 건너와

밥을 할 쌀을 씻는다,

떡국 끓일 매생이를 씻는다며 법석을 떠는 통에

더 이상 누워 있을 수도 없네 그려.


“아!” 

창문을 열고 내다본 지리산 능선에

하얗게 핀 눈꽃의 아름다움은

절로 탄성을 ......

‘아, 눈이 내렸구나!’

'아니야, 밤새 나눈 우리의 얘기들이 지리산 등성이에

 저렇게 아름다운 눈꽃으로 피어났을거야.'


아뿔싸!

그런데 이겐 무슨 일이당가?

글쎄 

지난주 월요일부터 목감기가 와서

목이 잠기는 통에

행여 우리 모임에 참석하지 못할까봐

독한 약 먹어가며 겨우 잠재워 놓은 감기가

어젯밤의 광란(?)으로 다시 재발을 한 것이었다.

목은 쉬어서 말소리가 안나오고

눈은 아파서 도저히 뜰 수기 없으니

이거 원 또 팔자에 없는 애꾸눈이 되어 불고 말았네 그려.



‘아, 시원하다.’

‘야, 속이 확 풀려 분다야.’

‘이런 시원한 매생이 떡국은 내 생전에 처음이네.’

‘누가 끓인 거야?’


인심이의 제안으로 끓인

시원한 매생이 떡국으로

속을 화~악 풀고

재치 만땅 살림꾼 인심이의 귀빠진 날을

축하하며 생일축하노래도 불렀다.


아침을 먹고 노고단으로 향한 일행은

모두 열네 명(여친 여덟, 남친 여섯)

눈이 온 탓에 돌아돌아 성삼재에 도착하여

사각사각 첫눈 길을 밟기도 잠시

터져 나오는 점숙이의 기침 때문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미안 미안 또 미안!!^^)


구례구역의 천수 식당에서

눈치회와 참게탕으로

우리 모임의 마지막 만찬을 ....


“또 보자.”

“그래, 잘 가.”

아쉽지만 훗날을 기약하며

광주로, 순천으로, 광양으로, 여수로, 고흥으로

우린 또 그렇게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 가슴 깊이 느낀 뿌듯함을

우린 오~래도록 간직하리라.


언제 보아도 반갑고

언제 만나도 즐거운

나의 친구들아!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났던 것처럼

스스럼이 없는 것은

우리가 헤어져 있는 동안에도

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러한 우리의 우정을

마음속에 감춰두지만 말고

‘만남’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하는 게

더 아름답지 않을까?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 되는 우리 친구들!

그 다정하고 포근한 우리의 우정을

함께 하지 못한 친구들과도

나누는 시간이었으면 더욱 좋았을 걸..

서울, 부산, 목포에서 오기로 한 친구들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더 좋았을 걸..


다음 만남의 시간에는

더 많은 친구들이 한데 모여

뿌듯함이 더 크게 자리한다면

참 좋겠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