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방산에 올라
2006년 10월 15일 일요일
‘두방산 줄기찬 약진의 기상 ~♬’
우리 동강중학교의 교가의 첫머리에 나오는 두방산!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당곡에 있는 절로 소풍을 갔을 때도
우린 아예 오를 생각조차도 못했던 그 산,
고향에 갈 때마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그 산엘
드디어 오늘에야 올랐다.
권력과 사랑을 한꺼번에 차지하려는 욕망을 가진
한 여인으로 인해 무너져가는 황실의 비극을 그린
여배우 장쯔이의 모습이 압권인 ‘야연’을 보고나니
오후 2시 45분!
남편과 점자 그리고 또 한 명의 내 친구
우리 넷은 처음엔 앵무산엘 가지고 했으나
앵무산엔 자주 가니 아직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산엘 가보자는 남편의 제안으로
두방산으로 방향을 잡고 출발을 서둘렀다.
매곡에서 당곡으로 접어들면서
우리가 자주 소풍 갔던 그 절 이름이
‘용흥사’란 것을 처음 알았다.
당곡으로 들어가는 길가 논둑에 세워진
등산로 안내판을 보며
우린 용흥사에서 두방산 쪽으로 올라
코재로 내려오기로 정했다.
절에 들어가는 입구는
겨우 차 한대가 지나다닐 정도로 비좁기는 했으나
군데군데 비키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용흥사는 절 같지 않은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여전해 보였으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다음에 여유 있을 때 꼭 둘러보아야지.’
용흥사에서 두방산으로 오르는 길은
쭉 곧게 나다시피 한 오르막길이었다.
평지가 하나도 없이 오르기만 하지만
그 비탈의 경사가 오르기에 그리 급하지 않고
길바닥이 흙바닥이며
군데군데 마련된 나무계단도 부드러워 힘들지 않았다.
오르막 초입에 선 몇 그루의 밤나무에서 떨어진
알밤들이 우리의 발길을 잡긴 했으나
30여분 만에 산등성이에 도착하였다.
등성이 바로 아래 큰 바위틈 동굴 안엔 물이 고여 있기는 한데
가뭄 탓인지 물이 적고 장구애비가 살고 있어
먹을 수가 없어 아쉬웠다.
등성이를 따라 두방산 정상으로 향하면서
내려다보이는 동강의 정경들은 어찌나 정겨웁던지....
겨울철이면 그 매섭던 씨엄씨(?) 바람을
불어대던 대강 저수지,
봄이면 화사한 벚꽃으로 단장하여
뭇사람들의 소풍지가 되었던 야트막한 노동산,
우리의 속살거리던 얘기들이 담겨있는 동강중학교,
멀리에는 여자만에 둘러싸인 망주산,
어느 곳 하나 낯선 곳이 없었다.
두방산 정상엔 쉴만한 넓은 바위도 많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입석들은
참으로 기묘하기도하여 아기자기한 풍경으로
참 매력적인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다보면 낭떠러지에
뾰족뾰족한 바위들이라
벌벌 떨고 설설 기면서도
한 발짝 두 발짝 떼어놓는 걸음마다 보여 지는
멋진 풍경에 감탄에 감탄을 하며 우린
걷고 또 걸었다.
지리산처럼 높은 산에서나 볼 수 있는 고사목아
여기저기 눈에 띄어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대강 쪽으로부터 올라오는 산에
불에 탄 흔적이 남아있어 그 연유를 알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야, 여기서 도시락 먹으면 참 좋겠다.”
“여긴 어떻고?”
“아냐, 여기가 더 좋은데...“
“담엔 오전에 출발해서 도시락 싸오자.”
“그래.”
“왜 맨 날 먹을 생각만 해?”
“글쎄. 후후후...”
‘그러고 보니 오늘 점심도 굶었네. 그려.’
등성이에 오르자마자 과일과 옥수수를 먹어버린
아쉬움은 좋은 자리가 나타날 때마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터져 나왔다.
등성이를 타고 펼쳐지는 풍경들에 감탄하며 걷다보니
마음 같아선 병풍산까지 가서 돌아내려 오고 싶었지만
너무 늦게 오른 탓에 다음 날을 기약하며
코재에서 골짜기를 타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은 완만하고 넓어 산책하기에 참 좋은 길이었다.
골짜기도 있고 숲은 원시림처럼 보존되어 있어
마치 산림욕장에 온 것 같았으나
군데군데 지난여름에 생긴 생채기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해가 져서 금방 어둠이 내릴 것 같아
서둘러 내려오니 여섯시다.
다음엔
좀더 일찍 와서 여유롭게 산림욕도 하며
병풍산까지 돌아서 내려오자고 약속하였다.
♪ 두방산 줄기찬 약진의 기상
유유한 여자만에 희망이 높네.
이 땅에 자리 잡은 상아의 등대
길러온 지덕체 앞길 밝도다.
이루자 고귀한 가치의 창조
우리의 가는 길에 동강중학 빛나리. ♬
두방산 등성이를 걸으며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우리 동강중학교 교가!
난 어느새 교가를 다 외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