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친구야!(여자만)

“참 아름답다!”

pjss 2008. 6. 29. 03:44
 

2006년 10월 14일 토요일


숙제를 하나 해결했다.

아니 해결했다기보다는 숙제 하나가 지나갔다.

어찌 되었든 홀가분한 심정으로

오랜만에 점자랑 산에 올랐다.

순천 해룡면 해창 마을에 있는 앵무산엘...


여름동안 무성했던 풀섶도

추석을 맞아 이제 막 이발한 소년처럼 정갈했다.

누군가의 수고가 이렇게 또 한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그 분은 알고 있을까?

잘 정돈된 등산로를 걷는 걸음걸음이 참 가뿐하고 상쾌하였다.

‘참 고맙다.’


“올해는 해걸이를 한 모양이야.”

등산로 옆 과수원의 감나무에 감이 하나도 없어 서운해 하며 말하자

마음씨 좋은 내 친구 점자는

“아냐, 추석 때 자식들 따주어서 그래.”

라고 대꾸했다.

“아니 익지도 않은 감을 벌써 다 따버렸다는 거야?”

“그래, 지난번에 보니까 열려 있더라.”

“그래?...”

그래, 익었던 익지 않았던 부모님의 사랑 담뿍 담아

보따리 보따리 싸서 보냈겠지.

울엄마 울 아버지처럼...


조금 숨이 차게 올랐다 싶으면 금세 나타나는

푹신푹신한 양탄자 같은 오솔길을 걸으며

점자와 난 오랜만에 세상사는 얘기,

동강중학교 카페 얘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등성이에 오르니

마치 원형극장에 들어 선 듯 사방이 한 눈에 펼쳐지는

장관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확 트인 정경은 언제 보아도 일품이야.’


저기는 우리 학교가 있는 여천공단

저기는 광양 컨테이너 부두

저기는 현대 하이스코

저기는 순천만

그리고 또 우리들의 여자만.....


덩치만 컸지 몸이 부실(?)한 점자 때문에

쉬엄쉬엄 걸어 1시간 30분 만에

정상에 도착해서 깎아먹은 배 한쪽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우리 동강에 있는 두방산도 좋다고 하던데 언제 한 번 거기 가보자.”

“그래.”

“한나수목원이란 팻말이 보이던데...”

언제 기회가 되면 가보기로 하고 내려오다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해 지는 풍경”


하루 종일 모든 것을 내어 주고도

지는 해는 하나도 가난하지 않다.

오히려 다 주고 난 기쁨으로 발그랗게 상기된 미소를

아낌없는 마음으로 또 온 하늘에 나누어주며

유유히 사라지는 장엄한 광경 앞에

절로 고개를 숙이면서도 난 한 마디 밖에 못했다.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