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친구야!(여자만)

고맙다. 카페야! 그리고 친구들아!

pjss 2008. 6. 29. 03:41


2006년 8월 7일 월요일


“엄마, 나도 커트머리 하고 싶어요.”

“안돼. 넌 머리 모양이 앞뒤꽁치 삼천리라 커트하면 보기 싫어.”

“그래도 하고 싶어요.”

“...”


초등학교 4학년 때 봄이었다.

어느 날 친구 행심이가 커트 머리를 하고 학교에 왔다.

그때는 오직 단발머리만을 하고 다닐 때라

일명 ‘거지커트’라 불리던

그 머리 모양이 얼마나 세련되고 예뻐 보이던지

집에 가자마자 커트머리를 해달라고 엄마를 졸랐지만

엄마는 막무가내로 들은 척도 하지 않으려 하셨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난

급기야 가위로 스스로 앞머리를 잘라버려

그렇잖아도 못생긴 얼굴을 더욱 못난이로 만들고는

엄마에게 죽어라고 꾸지람을 들었었다.


그런데 오늘 그 거지커트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행심이를 만났다. '오늘 같은 날'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보는 것이니

이게 얼마만인가?

서른하고도 다섯 해이니 어쩜 .....

그러나 행심이는 옛 모습 그대로였다.

여전히 밝고 솔직하고 예뻤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의 2년 후배들과 함께 중학교를 다녔다는 얘기,

점빵(?)을 하는 엄마의 돈을 훔쳐와

풀빵을 사서 친구들과 나눠 먹고는

동네에서 오빠 벌 되는 담임선생님의 고자질(?)로

죽어라 얻어맞았다는 얘기,

(아마 나는 그 풀빵의 유혹으로 행심이와 친했던 게 아닌가 싶다.ㅎㅎ)

집집마다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낄낄대고 깔깔대며 함께 동숙하였던 얘기들로

우린 35 년 전의 그 시절로 돌아가

한참을 또 깔깔거리며 웃었다.


멀리 강원도 영월에서 살고 있다면서

동강의 계곡으로 피서 한 번 오라 했다.

그래 어쩜 평생을 한 번도 못 만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얼굴 보며 얘기를 나눌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친구란 이렇게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도

마치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난 것처럼 스스럼없이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다.


요즘 부쩍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도 많고

보고 싶은 친구들도 많아진 까닭이

내가 나이 듦도 있겠지만

우리 친구들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우리의 카페 ‘동강중학교 6회’ 덕분이리라.

고맙다. 카페야, 그리고 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