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등산
2006년 7월 26일
“산에 가세.”
“비가 온디?”
“우산 쓰고 가믄 되쟌혀.”
“그래도 어떻게?”
“한 번 가 봐요. 참 좋아...”
“그래? 그라믄 한 번 가 볼까?”
후배들의 성화에 못 이겨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봉화산에 올랐다.
땅은 조금 미끄럽고 축축했지만
햇빛이 없어 화장을 하지 않아도 마음 놓고 오를 수 있어 참 좋았다.
비는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였다.
그때마다 우산을 폈다 접었다하며
물기 머금은 풀 섶을 헤치며 산에 오르는데
우리처럼 우산을 쓰고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봉화산 중턱에 올라
비밀을 간직한 신비로운 여인처럼
가지런히 정돈 된 차밭을 감싸고 올라오는
자욱한 안개의 자태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도를 닦는 신선이 따로 없었다.
축축한 돌팍에 앉아서도 시간가는 줄 모르며
그동안의 회포를 몽땅 풀어내고도 부족해
우린 봉화산을 내려와 팥죽을 한 그릇 씩 먹고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인 섬진강으로 향했다.
섬진강!
난 비가 오는 날이면 맨 먼저 섬진강을 떠올린다.
강줄기에서 피워 올라 지리산을 휘감아 도는
물안개가 피워내는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환상의 드라이브코스!
양옆에 즐비하게 늘어선 벚나무 터널은
봄에는 아름다운 꽃으로,
여름에는 싱싱한 초록 이파리로,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겨울엔 치장 없는 나목으로
나그네들을 맞는다.
언제 어느 때 가도 변함없이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은 나에게 항상 많은 얘기를 건넨다.
벚나무 터널이 이루는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칠불사까지 다녀와 맛있는 갈치조림을 먹으러
‘오늘 같은 날’로 향했다.
언제 봐도 환한 웃음을 활짝 웃으며 맞는 우리 난이의
맛깔스런 음식에 후배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고
또 다시 오자고 했다.
‘그으럼, 그라고 말구...’
비 오는 날의 등산은 이렇게
나의 오후 스케줄을 확 바꾸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