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친구야!(여자만)

세상에서 젤로 맛있는 회

pjss 2008. 6. 29. 03:30

 

 

2006년 7월 2일


세상에서 젤로 맛있는 회


친구 광득이가 낚시를 나가 월척을 했단다.

6시에 난이네 가게인 ‘오늘 같은 날!’에서

맛난 회를 떠서 먹기로 했으니 모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남편의 양복을 사러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마침 다른 일이 생겼다며 다음에 쇼핑을 하잔다.

“그래요? 그럼 난 동창 친구가 낚시 다녀와 회를 먹자는데

가야겠네.”

“그런 맛난 것이 있으면 싸와야지.”

“^^”


마침 점자는 언니 친구들의 방문으로 손님을 치르느라

못 간다고 해서 나 혼자 난이 집으로 향하는데

노점에서 팔고 있는 수박이 참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차를 멈추고 사려는데 시원한 수박이 제 맛일 거 같아

다시 차를 돌려 연향동 아파트 상가에서 냉장 수박을 한 통 샀다.


‘오늘 같은 날!’ 에는 일요일인데도 손님들이 참 많았다.

난이의 환한 웃음과 푸짐한 인심, 그리고 재간 있는 말담 덕분이리라.

종훈이와 귀진이가 먼저 와서 일 잔을 기울이고 있었으나

눈인사만 한 뒤 감생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던 나는

뒤안으로 돌아가서 회 뜨는 작업을 구경했다.


이미 감생이는 작업에 들어가 버렸으나 머리 크기로 보아

얼마나 컸으리라는 짐작이 되었다.

감생이 여섯 마리에 커다란 참숭어가 한 마리!

미연이의 보조를 받으며 열심히 회를 뜨는 광득이의

진지함은 횟집 주방장 못지않다.

온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며 연신 연장이 나쁘다고 투덜대면서도

광득이의 얼굴엔 순간순간 미소가 가득하다.

낚시를 하며 월척을 낚는 순간의 기쁨이야 누구든지 느낄 수 있겠지만

친구들을 불러 모아 먹이는 뿌듯함은

베푸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리라.


새벽 2시에 나가 낚시를 하느라 여태 한 숨도 못잔 광득이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곁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난

미안한 마음만 가득 안고 있는데 하필이면 근무라

참석을 못하는 강생이가 전화를 했다.

“공항으로 가지고 갈까?”

“정말 가지고 올래?”

“생아! 사람의 먹을 복은 타고 난 것이여!” ^^미안


잠시 후 태영이가 나타나 광득이의 작업을 도왔다.

중산리 바닷가 태생이라서인지

아님 해물이 풍부한 여수에서 살고 있어서인지

회 뜨는 솜씨가 제법이다.

회 뜨는 작업이 보통 힘들어 보이지 않아

회 뜨기 싫어서 나중엔 우리를 초대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태영이가 있으니 걱정 없겠다.


드디어 회를 다 뜨고 급냉으로 살짝 얼린 다음

이제 먹을 차례!

광득, 순이, 미연, 태영, 규식, 귀진, 난이, 점숙이가 한 자리에 앉았다.

감생이 한입 베어 무니 살이 탱탱하고 쫄깃쫄깃 찰지다.

회의 참맛을 잘 알자 못하는 나도 자연산의 신선함이 느껴진다.

거기에다 미연이가 가져온 겉절이 김치와 된장 맛이 또 일품이다.

‘우와! 이 많은 것을 언제 다 먹나?’

괜한 걱정을 했다.

쌓여가는 빈 맥주병이 늘어날수록 한 점 한 점 줄어드는 회는 금방

한 접시를 비워버렸다.

숭어회는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하고도 남았다.

광득이는 더 많은 친구들이 오지 않은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회를 다 먹고 나서 끓여온 뽀오얀 ‘지리탕’은

꼬소롬하면서 시원한 국물 맛이 압권이었다.

‘아, 이렇게 맛있는 회와 ’지리탕‘은 내 생전 처음이다.’

국물을 먹고 또 먹어 목구멍까지 차올라도 한없이 먹고 싶었다.

“아, 맛있다!”

“광득아, 이제 길 텄으니 자주 할 거지?”

“배신하면 안돼!”

너무 맛있어 친구들은 엄포를 놓아가며 광득이에게 감사함을 표시했다.

시원한 수박으로 마무리를 지으니 참으로 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회를 마련한 광득이가 술까지 내겠다고 했으나

모처럼 얼굴을 보여준 귀진이가 내겠단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다.


종훈이가 2차를 쏘겠다고 했으나

새로 시작할 한 주를 준비해야하는 일감이 밀려 있는 관계로

미연이와 순이를 데려다 주고 집에 와서

감생이가 무엇인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제 이름은 ‘감성돔’이란다.

그런데 겨울철이 제 맛이며 여름엔 맛이 별로 없단다.

‘참 이상하다?’

‘그럼 왜 그렇게 맛있었지?’

‘아마. 광득이의 친구를 위하는 맘이 배어 있어서였을까?’


“광득아! 누가 뭐라 해도 네가 잡아온 감성돔!

이 세상에서 젤로 맛있는 회였단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