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친구야!(여자만)

좀더 놀다 올 걸 그랬나?

pjss 2008. 6. 29. 03:21
 


2006년 4월 22일 토요일


소풍을 기다리며 밤새 뒤척이던 어린 시절처럼

우리의 만남을 앞두고 영 잠을 못 이루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무슨 놈의 비가 이렇게 주룩주룩이람!

비 온다고 안 만날 우리가 아니지.


순이와 미현이, 점자를 태우고

팔마체육관에 도착하니

벌써 여수에서 온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쌍계사로 가기엔 너무 멀어

광양 옥룡계곡의 바위 산장으로 정하고

다섯 대의 차로 출발.

스물 세 명의 친구들이 모였다.


예약이 늦은 관계로 차가운 황토방에

빙 둘러 앉았는데

글쎄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라

안되겠다 싶어 즉석에서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하고

다시 배치하여 앉아 자기소개를 하였다.

(이제야 모양이 좀 낫네 그려.)


각자 나름의 삶터에서 열심히 살아온 흔적들이 역력한 얼굴들

그러나 옛 시절의 그 모습은 아직도 얼굴의,

목소리의 어딘가에 남아 있어

아련한 추억 속으로 우리들을 몰아가기에 충분했다.


우리 순이와 미현이가 준비해 온

돼지머리 눌림 고기와 김치, 된장, 풋고추로

우선 주린 배를 채우며(김치가 어찌나 맛있던지..)


동창회를 결성하고, 회칙을 정하고, 임원을 뽑고

하니 어느새 점심이....


조금 어색했던 분위기는 소주와 맥주가 들어오면서부터

화기애애해지고 여기저기 어린 시절을 추억하느라 부산하다.

참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본 친구처럼

가까운 것은 우리가 모두 고향 친구이기 때문임을 실감하며

밖에서 사진도 찍고

아무래도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순천의 노래방으로...

아, 노래, 춤 실력들

모두들 대단해요.

오후 여섯시가 되어 6월의 모임을 기대하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바이바이!!


순이와 미현이를 데려다 주고 집에 도착하니

6시 40분이다.

내 남편이 왜 이리 일찍 끝났느냐며 의아해 한다.

좀더 놀다 올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