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소통

그들의 존재함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pjss 2008. 6. 29. 03:10

 

2006년 2월 13일

 

토요일 오후 1시!

고픈 배를 움켜쥐고 서둘러 퇴근을 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도 못 갈아입고

밥을 두 그릇 정도 배 터지게(?) 먹는다.

숟가락을 놓기도 전에 눈꺼풀이 내려오고

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달콤한 잠을 준비한다.

배부르고 등 따스우니 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살이 새록새록 오르며

한 주간의 피로가 싸악 풀리는 순간이다.

 

아, 

그런데 웬 전화벨 소리

‘아이, 참!’

“엄마, 전화 받으세요.”

반갑잖은 소리

‘아, 저 맹꽁이, 이럴 땐 엄마 없다고 할 것이지. 원’

마지못해 감긴 눈도 풀지 않은 채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뭐해?”

“으응, 잠자려고..”

“엥, 이 좋은 날? 산에 가세.”

“아이, 자고 싶은데..”

“그러지 말고 산에 가세. 재밌는 얘기도 해줄게.”

“아이, 싫어.”

“두 시 반까지 성님 아파트로 갈게.

“알았어.”

꼬드기는 후배를 물리치지 못하고 산행을 준비한다.

 

“저러니, 언제 살이 찌나?”

옆에서 남편이 한 마디 한다.

“내 한 몸 희생하더라도 팬(?)관리 해야지.”

나도 질세라 한 마디 대꾸하고 집을 나선다.

 

여고, 교대, 선후배인 우리 셋은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나 봉화산에 오르며

일 주일간 모아둔 이야기로 입을 다물지 못한다.

세상사는 여러 얘기에

혀를 차기도,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얘기는 웃으며 듣는 재미난 얘기다.

때론 웃다가 허리를 움켜쥐기도 하고

좀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때면

따스한 묘지 옆 잔디에 앉아 귤을 까먹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잘거린다.

 

봉화산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면서

“오늘도 덕분에 보약 먹었네.”

산엘 가자고 꼬드겨준 후배들에게 고마운 한 마디를 한다.

그들의 존재함에 진심으로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