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시의 향기

2월 -오세영-

pjss 2009. 2. 2. 11:39

 

2월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1일,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 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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