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책의 향기

희망을 가져도 될까? - 여보 나좀 도와줘 -

pjss 2008. 6. 28. 23:56

 

  

 

'여보 나 좀 도와줘'

 

                           - 노무현- 

 

난 평소 정치에 무관심했다.
정치인이 누구인지도 잘 몰랐고
국회가 파행을 치닫는다 해도
그러려니 하고 외면했었다.
그래서 그 흔한 현직 대통령 김대중에 관한 책도
한 권 읽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16대 대통령 선거를 치루는 과정에서
아니 정확히 말해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고 나서부터
매스컴에서 부각되어지기 시작한 노무현의
일대기(?)가 남다른 점이 마음을 끌었다.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우리의 새 대통령이 어떤 사람일까?
정말 희망을 가져도 되는 걸까?
그래서 서점엘 갔다.

몇 권의 책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이번 선거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선거 과정보다는 인간 노무현을 알고 싶어서 고른 책
'여보, 나 좀 도와줘'
1994년에 발간된 고백 에세이다.

변호사 시절 60만원의 수임료를
부당하게 취득한 사실을 고백하는 걸로 시작되는
이 책은 노무현의 많은 것을 알게 해준다.
다른 자서전이나 위인전처럼 미화되지 않아
글이 조금은 딱딱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담백하다.
그러나
옷을 벗어던진 겨울 나목처럼
꾸밈없이 써 내려간 글을 읽다 보면
인간 노무현은 우리와 너무도 닮았다는 사실에 놀란다.

처음부터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사람을 만나면서 점점 바뀌어 가는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눈이라던지

심지어는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선풍기의 목을 부러뜨리는 격렬한 다툼까지도
적나라하게 고백하는 노무현은
그야말로 우리의 이웃 아저씨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겨울 나무가 아무런 저항 없이
화려한 옷을 벗고
황량한 겨울 들판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동장군의 매서운 칼바람에 맞설
내면의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듯이
노무현은 8년 전 이미 자신의 허울을 벗어 던지고
우리 국민들 앞에 당당히 나서기 시작했던 게 아닐까?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그를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태껏 걸어 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이 많이 달라진 상황에서도
그의 온 마음을 지배했던 '정의감'을 잃지 않는 대통령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책장을 덮는다.

                                                               2002. 12. 27.